오래 안 나온 번호는 곧 나올까 — 미출수와 도박사의 오류

확률 기초 · 2026-10-01 · 3분 읽기

1913년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검은색이 26번 연속 나온 날의 이야기로 시작해, 미출수가 무엇을 말해 주고 무엇을 말해 주지 못하는지 정리합니다.

1913년 8월 18일 몬테카를로 카지노의 한 룰렛 테이블에서 공이 검은색에 연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열다섯 번쯤 연속되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빨간색에 돈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오래 검은색이 나왔으니 이제 빨간색이 나올 차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검은색은 26번 연속으로 나왔고, 카지노는 그날 큰돈을 벌었습니다.

이 일화 때문에 '오래 안 나온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믿는 착각을 도박사의 오류, 또는 몬테카를로 오류라고 부릅니다. 로또의 미출수는 이 오류가 가장 자주 나타나는 곳입니다.

미출수란

미출수는 최근 일정 회차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번호입니다. 기준을 최근 10회로 잡아 보겠습니다. 한 번호가 한 회차에 나오지 않을 확률은 39/45이므로, 10회 연속 안 나올 확률은

(39/45)¹⁰ ≈ 23.9%

입니다. 45개 번호 중 평균 10.8개가 언제나 '10회 미출' 상태라는 뜻입니다. 미출수가 열 개쯤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 평범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1243회 기준 최근 10회 동안 한 번도 안 나온 번호는 11개였습니다.

연속 미출 회차한 번호가 그렇게 될 확률45개 중 기대 개수
10회23.9%약 10.8개
20회5.7%약 2.6개
30회1.4%약 0.6개

원론: 독립 시행과 '기억 없음'

로또 추첨은 매 회차가 독립 시행입니다. 지난주에 어떤 공이 나왔는지가 이번 주 추첨기 안의 공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에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횟수'는 기하분포를 따릅니다.

기하분포에는 독특한 성질이 있습니다. 무기억성입니다. 어떤 번호를 이미 20회 기다렸든 방금 나왔든, 앞으로 기다려야 할 횟수의 분포는 똑같습니다. 한 번호의 평균 출현 간격은 45÷6 = 7.5회인데, 20회째 안 나온 번호도 지금부터 평균 7.5회를 더 기다려야 합니다. '밀린 만큼 당겨진다'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직관이 반대로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비복원 추출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카드 한 벌에서 하트가 한참 안 나오면 남은 카드 중 하트 비율이 실제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로또는 매주 45개 공이 모두 추첨기로 돌아갑니다. 매 회차가 새 카드 한 벌입니다.

그럼 왜 결국 균형이 맞춰질까

1243회 동안 모든 번호의 출현 횟수가 대체로 165회 근처에 모여 있는 걸 보면, 무언가 균형을 맞추는 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큰 수의 법칙은 '보정'이 아니라 희석으로 작동합니다. 10회 동안 안 나온 공백은 이후 1,000회가 쌓이면 전체 비율에서 거의 보이지 않게 됩니다. 과거의 부족분을 채워서가 아니라, 새로 쌓이는 정상적인 결과에 묻히는 것입니다. 34번 출현 횟수 글에서 본 것처럼, 횟수 차이 자체는 회차가 늘수록 오히려 커집니다.

아주 긴 공백도 정상입니다

1243회를 무작위로 2천 번 재현해 보면, 45개 번호 중 가장 긴 공백은 보통 65회 정도 나옵니다. 실제 기록에서 가장 긴 공백은 5번의 73회였습니다. 무작위 재현의 90% 범위(54~86회) 안에 있는 값입니다. 1년 넘게 한 번호가 안 나오는 일이 무작위만으로도 흔히 생긴다는 뜻입니다. 40회 이상 이어진 공백은 이론상 24번쯤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25번 있었습니다. 긴 공백을 발견하고 '이번엔 꼭 나온다'고 생각하면, 1913년 몬테카를로의 손님들과 같은 자리에 서게 됩니다.

지금의 미출수 읽기

이 사이트의 미출수 페이지는 번호마다 마지막으로 나온 뒤 몇 회차째 쉬고 있는지를 순위로 보여 줍니다. 1243회 기준 1위는 5번으로 30회차째입니다. 공교롭게도 5번은 역대 최장 공백(73회)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5번이 다음 회차에 나올 확률이 13.3%에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래 쉬었다는 사실은 과거의 기록일 뿐, 공에 남은 흔적이 아닙니다.

미출수를 쓰는 정직한 방법

미출수 표는 예측표가 아니라 최근 흐름의 요약입니다. 다만 다른 쓰임은 있습니다. '곧 나올 번호'로 미출수를 고르는 사람이 많다면, 그 번호들은 당첨됐을 때 나눠 가질 사람도 많아집니다. 반대로 최근에 자주 나와서 '이제 쉴 차례'로 여겨지는 번호를 고르는 사람은 적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확률은 같고, 달라지는 것은 사람들의 선택뿐입니다.

실제 공백 기록은 이 사이트의 1~1243회 데이터로 계산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45개 중 6개 비복원 추출을 1243회 반복하는 실험을 2,000세트 수행한 결과입니다.

지난 추첨 기록을 정리한 것이며 다음 회차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어떤 6개를 고르든 1등 확률은 1/8,145,060으로 같습니다. 당첨번호 출처: 동행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