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수는 진짜 있을까 — 990개 쌍과 다중 비교의 함정

확률 기초 · 2026-10-01 · 3분 읽기

함께 자주 나온 번호 쌍은 의미가 있을까요. 생일 문제와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로 '많이 찾으면 반드시 무언가 나온다'는 원리를 설명합니다.

궁합수는 같은 회차에 함께 자주 나온 두 번호를 말합니다. 통계 사이트마다 "역대 최다 동반 출현 쌍" 같은 표가 있고, 그 쌍을 함께 넣으면 유리하다는 주장도 흔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궁합수 표에서 가장 위에 있는 쌍은 무작위만으로도 반드시 생기는 값입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한 쌍의 기대 동반 횟수

서로 다른 두 번호가 한 회차에 함께 나올 확률은

(6/45) × (5/44) ≈ 1.52%

입니다. 1243회라면 한 쌍의 기대 동반 횟수는 약 18.8회, 표준편차는 약 4.3회입니다. 대부분의 쌍은 10회에서 27회 사이에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쌍은 990개입니다

45개 번호로 만들 수 있는 쌍은 45×44÷2 = 990개입니다. 990개를 동시에 세면 그중 몇 개는 평균에서 크게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와 같은 조건으로 1243회 추첨을 2천 번 재현해 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항목무작위 시뮬레이션 (중앙값)90% 범위
가장 많이 함께 나온 쌍34회32~38회
가장 적게 함께 나온 쌍7회—
30회 이상 함께 나온 쌍의 수약 10쌍—

평균 18.8회인 세계에서 34회는 거의 두 배입니다. 단독으로 보면 3.5 표준편차 밖의 극단값이지만, 990개 중 최댓값으로는 평범한 결과입니다. 실제 기록은 어떨까요. 1~1243회에서 가장 많이 함께 나온 쌍은 11번과 21번으로 34회입니다. 무작위 재현의 중앙값과 정확히 같습니다. 30회 이상 함께 나온 쌍은 실제로 8쌍, 가장 적게 함께 나온 쌍은 7회로 이것도 무작위 예상과 맞아떨어집니다. 궁합수 표 상위권은 무작위가 만들어 내는 풍경 그대로입니다.

원론 1: 생일 문제

같은 원리를 보여 주는 유명한 예가 생일 문제입니다. 한 반에 몇 명이 있으면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을까요? 답은 23명입니다. 365일에 비해 너무 적어 보이지만, 23명이 만드는 쌍은 253개나 됩니다. 비교하는 쌍이 많아지면 '우연의 일치'는 금세 흔해집니다.

로또의 990쌍은 생일 문제보다 훨씬 많은 비교입니다. 놀라운 쌍이 하나도 없다면 그쪽이 더 놀라운 일입니다.

원론 2: 다중 비교와 텍사스 명사수

통계학에서는 이 현상을 다중 비교 문제라고 부릅니다. 유의수준 5%로 검정을 한 번 하면 우연히 '유의하다'고 잘못 결론 낼 확률이 5%입니다. 그런데 검정을 990번 하면 아무 효과가 없어도 50개쯤은 우연히 유의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여러 번 비교할 때는 기준을 비교 횟수만큼 엄격하게 바꿉니다. 가장 단순한 본페로니 보정을 쓰면 990쌍에서는 0.05÷990, 약 0.005% 수준을 넘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함정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이야기가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입니다. 헛간 벽에 총을 아무렇게나 쏜 뒤, 총알이 몰린 곳에 과녁을 그려 넣고 명사수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궁합수 표는 데이터를 다 본 뒤에 가장 많이 겹친 곳에 과녁을 그리는 일과 같습니다.

정직한 검증 방법

어떤 쌍이 정말 특별한지 확인하려면 순서가 반대여야 합니다.

  1. 과거 데이터(1~621회)에서 궁합수 상위 쌍을 미리 정합니다.
  2. 그 쌍이 이후 데이터(622~1243회)에서도 평균보다 자주 나오는지 봅니다.

이 사이트의 데이터로 실제로 해 봤습니다. 앞쪽 621회에서 가장 자주 함께 나온 10쌍은 평균 18.4회 함께 나왔습니다. 그 기간의 기대값 9.4회의 두 배 가까운 숫자입니다. 그런데 같은 10쌍이 뒤쪽 622회 동안 함께 나온 횟수는 평균 8.5회로, 기대값 9.4회보다 오히려 조금 적었습니다. '궁합'은 다음 기간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평균으로의 회귀입니다. 극단값의 상당 부분이 우연이었다면, 새 데이터에서는 그 우연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궁합수 표를 보는 법

이 사이트의 궁합수 순위 페이지는 상위 20쌍과 함께 한 쌍의 기대 동반 횟수(18.8회)를 적어 둡니다. 맨 위의 34회가 무작위로 기대되는 최댓값 범위(32~38회) 안에 있는 한, 그 쌍은 '궁합'이 아니라 990번 굴린 주사위 중 가장 크게 나온 눈일 뿐입니다.

실제 동반 횟수는 이 사이트의 1~1243회 데이터로 계산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45개 중 6개 비복원 추출을 1243회 반복하는 실험을 2,000세트 수행한 결과입니다.

지난 추첨 기록을 정리한 것이며 다음 회차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어떤 6개를 고르든 1등 확률은 1/8,145,060으로 같습니다. 당첨번호 출처: 동행복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