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인 줄 알면서 왜 살까 — 기대값, 효용, 그리고 전망 이론

확률 기초 · 2026-10-01 · 3분 읽기

1천 원의 기대값은 500원인데 매주 수백만 명이 로또를 삽니다. 베르누이의 효용 이론부터 카너먼의 전망 이론까지, 경제학과 심리학이 내놓은 설명을 정리합니다.

확률과 기대값 글에서 계산했듯이 로또 한 게임 1천 원의 기대값은 세전 약 500원입니다. 평균적으로 살 때마다 500원씩 잃는 게임입니다. 그런데도 2025년 한 해 로또 판매액은 6조 2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사람들이 계산을 못 해서일까요? 경제학과 심리학은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출발점: 기대값

기대값은 '각 결과의 값 × 그 결과의 확률'을 모두 더한 것입니다. 동전 앞면이면 1만 원을 받고 뒷면이면 아무것도 없는 게임의 기대값은 5천 원입니다. 기대값만 따지면 5천 원 넘게 내고 이 게임을 하면 손해입니다.

기대값으로만 판단하면 로또는 물론, 보험도 사면 안 됩니다. 보험사도 평균적으로는 받은 보험료보다 적게 지급해야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험을 드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집니다. 기대값만으로는 사람의 선택을 설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원론 1: 베르누이의 효용

1738년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는 이 문제에 대한 고전적인 답을 냈습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 돈이 주는 만족(효용) 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돈이 많아질수록 같은 금액이 주는 만족은 줄어듭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100만 원과 부자에게 100만 원은 무게가 다릅니다.

이 이론은 보험을 잘 설명합니다. 큰 손실은 효용을 크게 깎으므로, 작은 보험료를 내고 그 위험을 피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론으로는 로또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효용이 체감한다면 큰 당첨금의 매력도 그만큼 줄어야 하니까요.

원론 2: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

1979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실제 사람들의 선택을 관찰해 전망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카너먼은 이 연구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로또와 관련된 핵심은 확률 가중입니다.

사람은 확률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않습니다.

실제 확률사람이 느끼는 무게
아주 작은 확률 (예: 815만분의 1)실제보다 크게 느낌
중간 확률 (예: 50%)실제보다 약간 작게 느낌
거의 확실 (예: 99%)확실(100%)과 큰 차이로 느낌

815만분의 1은 사실상 0에 가깝지만,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0은 아닌 무언가'로 부풀려집니다.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아주 드문 사고에 대비하는 보험에도 기꺼이 돈을 냅니다. 로또와 보험이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둘 다 작은 확률을 크게 느끼는 같은 심리에서 나옵니다.

원론 3: 일주일짜리 상상

경제학자들이 덧붙이는 설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로또는 결과뿐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의 기대감도 판다는 것입니다. 1천 원으로 일주일 동안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상상하는 경험을 사는 셈입니다. 이 관점에서 기대값 −500원은 영화표처럼 경험의 가격이 됩니다.

어디까지가 건강한가

경험의 가격이라는 관점은 금액이 작을 때만 성립합니다. 다음 신호가 보이면 경험이 아니라 손실을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로또 구매가 1회 10만 원으로 제한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등수별 확률이 실제로 얼마나 작은지는 로또 확률 페이지의 표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매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국번 없이 1336)에서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판매액은 2025년 연간 기준(6조 2,001억 원) 보도 수치입니다.

지난 추첨 기록을 정리한 것이며 다음 회차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어떤 6개를 고르든 1등 확률은 1/8,145,060으로 같습니다. 당첨번호 출처: 동행복권.